목표 100% 달성을 B로 정했다가 고친 기준


올해 봄, 부서마다 KPI(핵심성과지표, 성과를 판단하려고 미리 정한 숫자)를 정하는 회의를 돌았다. 부서별로 KPI를 세 개 안팎 고르고, 결과는 S·A·B·C·D 다섯 등급으로 매기기로 했다.

KPI 항목은 첫 회의에서 대부분 윤곽이 나왔다. 몇 점이면 어느 등급인지 정하는 데는 부서마다 두세 번을 더 모였다.

처음 세운 원칙은 “목표를 채우면 B”

등급표를 만들면서 B의 뜻부터 정했다. 다섯 등급 중 가운데라 ’보통’으로 읽히기 쉬운데, 여기서는 기대한 만큼 해낸 것을 B로 두었다. 목표를 100% 채우면 B이고, A와 S는 그 위에 더 보여 줄 게 있어야 받는다.

등급 받는 조건
S 기대를 크게 넘음 B를 넘고,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 체계나 도구를 만들었다
A 기대 이상 B를 넘고, 자기 업무 안에서 개선을 실행해 결과로 보여 줬다
B 기대 수준 합의한 목표를 채웠다
C 일부 미달 목표 일부를 채우지 못했다
D 크게 미달 주요 일정을 놓쳤거나 같은 오류가 반복됐다

A와 S에는 숫자 말고도 입증할 자료가 있어야 한다. 목표를 넘긴 숫자만으로는 A를 주지 않는다. 초안의 첫 번째 원칙도 “100% 달성은 무조건 B, A는 안 된다”였다.

부서 회의에서도 이 설명부터 했다. 회의 자료 맨 앞에 “B는 잘한 것”이라고 따로 적어 두었다.

사고 없이 하는 일은 해마다 B에 머물렀다

첫 번째로 걸린 곳은 경영지원이었다. 인사 쪽 KPI는 급여, 4대보험, 원천세(회사가 급여에서 떼어 대신 내는 세금)를 오류 없이 처리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잘해야 본전이다. 오류가 0건이면 평소대로 한 것이고, 그러면 해마다 B다.

같은 이유로 KPI에서 뺀 항목도 있다. “노동관계법 준수”는 숫자로 바꾸면 100%이거나 0%로만 나와서 등급을 가를 수 없었다. 이 자리는 직원 만족도 조사로 바꿨다.

오류 0건은 그대로 B로 두고, A와 S로 가는 길을 따로 정했다.

  • A: 처리 시간을 줄였거나 오류를 미리 막는 장치를 만들어 효과를 보여 준 경우
  • S: 누가 맡아도 같은 결과가 나오게 자동화해서 후임이나 다른 부서도 쓸 수 있게 만든 경우

개발 부서도 비슷한 벽에 부딪혔다. 처음에는 설계, 기술 문서, 신제품 개발에 가중치를 나눠 주는 방식이었다. 부서 안에서 따져 보니 이 구조로는 A와 S를 받을 길이 거의 없었다.

일정 준수율 같은 지표가 대표적이었다. 기한을 못 지키면 납품이 안 되는 일이라 누구나 100%가 나와서 등급이 갈리지 않았다. 결국 첫 안을 버리고 “일상 업무를 제대로 하면 B, 신제품이나 개선 성과가 있어야 A·S”로 구조를 바꿨다.

매출 목표에서는 “100%는 B”가 맞지 않았다

두 번째로 걸린 곳은 영업이었다. 매출 목표는 숫자 안에 이미 성장이 들어가 있다. 작년보다 올려 잡은 목표를 채웠는데 사고 없이 급여를 처리한 것과 같은 B를 주면, 등급이 뜻하는 바가 어긋난다.

그래서 첫 번째 원칙을 이렇게 고쳤다.

  • 고치기 전: 100% 달성은 무조건 B, A는 안 된다.
  • 고친 뒤: 100% 달성의 등급은 KPI 종류에 따라 다르다. 운영 지표는 B, 결과 지표는 A.

운영 지표: 준수율, 오류 건수, 사고 0건, 일정 준수처럼 평소 업무를 제대로 했는지 보는 지표.

결과 지표: 매출, 성장률처럼 목표 자체가 지난해보다 나은 결과를 요구하는 지표.

목표를 정할 때 등급 구간도 같이 정했다

규칙을 고치면서 막아야 할 구멍이 하나 생겼다. 목표를 낮게 잡으면 100%를 채우기 쉽고, 그러면 A가 쉽게 나온다.

그래서 원칙을 하나 더 넣었다. 목표를 정하는 단계에서, 그 목표가 작년 수준을 유지하는 보수적인 목표인지 성장을 요구하는 도전적인 목표인지 먼저 적어 둔다. 보수적인 목표를 채우면 B, 도전적인 목표를 채우면 A다.

목표가 도전적인지는 두 가지로 확인했다.

  1. 시장 성장률과 비교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따라 오르는 매출과 시장보다 더 오르는 매출을 나눠서 봤다.
  2. 모든 KPI에서 S를 받았다고 가정하고 매출 합계를 계산했다. 전사 매출 목표를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구간이 지나치게 쉽거나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다.

부서 공통으로 쓰는 등급 정의표를 만들었다

부서마다 따로 정하던 기준을 한 장에 모았다. 부서별 KPI는 모두 이 표를 따른다.

유형 B A S
비율형 (준수율) 목표치 달성 목표치 초과 + 개선안 실행 큰 폭 초과 + 절차 표준화
건수형 (오류·불량) 목표 건수 이하 0건 또는 크게 감소 0건 + 재발 방지 체계
0건형 (사고·법 위반) 0건 0건 + 예방 활동 입증 0건 + 예방 체계 신설
프로젝트형 (일정) 기한 내 완료 완료 + 추가 산출물 범위를 넓혀 완료
결과 지표형 (매출) 목표의 90~100% 목표의 100~120% 120% 이상 + 새 채널

결과 지표형의 퍼센트는 예시다. 회사마다 합의해서 정하면 된다.

등급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게 붙인 규칙도 있다.

  • S를 받을 수 있는 인원에 상한을 둔다. (예: 10% 안쪽)
  • 오류 0건 같은 지표 하나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 작년 데이터가 없는 KPI는 첫해 평가에서 뺀다. 목표가 도전적인지 판단할 근거가 없어서다.
  • 반복 업무가 대부분인 직무는 A를 최고 등급으로 둘지 따로 정한다.
  • KPI에 담기지 않는 큰 성과는 금액 구간별 가점으로 반영하고, 가점에도 상한을 둔다.

이 표를 가짜 예시로 채운 엑셀 양식으로 만들었다. 등급 정의, 유형별 규칙, KPI 정의서, 도전성 점검, 점검표 시트가 들어 있다. KPI 정의서에서 유형과 목표 성격을 고르면 100% 달성 시 등급이 자동으로 표시된다.

KPI 공통 등급 정의표 내려받기 (엑셀)

6월에 표를 정리할 때까지 못 정한 것

  • 신제품 개발 결과를 등급으로 어떻게 나눌지. 시도했지만 실패한 경우, 시제품까지만 만든 경우, 매출로 이어진 경우를 각각 몇 등급으로 볼지는 초안만 있다.
  • 여러 명이 같이 한 일을 개인 등급으로 어떻게 나눌지. 한 사람의 기여가 컸을 때 팀 전원에게 같은 등급을 줄지 정하지 못했다.
  • 정해진 업무 비중이 큰 지원 직무. 횟수를 세는 KPI밖에 나오지 않아 A·S 기준이 맞지 않았고, KPI 자체를 보류했다.